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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보신당의 당명에 관해 최근 leopord 님께서 레디앙에 글을 올려주셨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 해당 글을 보고 든 생각은 여러가지였다. 우선은 과연 사민당으로의 개칭이 쉬울 것이냐의 문제였다. 본문에서 leopord 님은 진보신당이 사민-사회 두 노선 중 하나를 당명으로 짓지 않은 것에 대해 ‘낡은 이념과 가치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선택’이라 해석하셨다. 그러나 전진과 복지연대로 표상되는, 당 내의 ‘전선’을 생각해 볼 때 진보신당이 현재의 당명을 선택한 것은 이 두 노선 중 어느 편도 들어줄 수 없다는 데서 나온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이 당의 창당 성격 자체가, 소위 ‘진보의 재구성’을 위한 베이스캠프 쯤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심증은 더욱 강해진다. (나는 leopord 님이 이 점에 대해 모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은 의외로 자신을 ‘좌’에 서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사회주의’가 갖는 어감에 썩 내켜하지 않는다는 점. 이건 leopord 님의 블로그에 달린 덧글을 보고 느낀건데, 여전히 사회주의는 ‘제도적이지 않다’라는 경향이 강하다고나 할까. 그러나 사회주의가 곧 의회주의의 포기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leopord 님이 블로그 답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탈리아 공산당은 혁명적 맑스주의를 표방했지만 의회주의의 끈을 놓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당은 사민주의 정당의 전형이라 일컬어지지만, 종종 ‘의회주의적 사회주의 정당’이라 규정되곤 한다. 하다못해 대안자본주의를 주장하는 반자본주의신당(NPA)이나, 극단적이고 폐쇄적이라 이름높은 노동자 투쟁(LO)도 ‘드물지만 꾸준히’ 프랑스 내 선거나 유럽의회 선거에 후보를 내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회-사민과 의회주의란건 서로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놓인 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개별적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사민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개량주의적이라거나 우경화되었다고 말하거나, 또 반대로 사회주의를 지지한다고 해서 폐쇄적이라거나 꼴통이라고 평하는 것은 그다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봐야겠다.)

2.

사실 진보신당에게 당명변경을 위해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다. 레디앙의 댓글마따나, ‘노동’은 너무 좁고 ‘진보’는 애매하고 막연하며 추상적이다. 더욱이 현 정치지형을 ‘진보-보수’ 구도로 만들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국참당 등 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진보라는 이념은 사실상 강탈당했다고 봐야한다. ‘레알 진보’니, ‘명품 진보’니 하는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지만 그건 이쪽의 처절한 몸부림일 뿐. 이미 대중들은 자유주의를 진보주의라 여기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던, 당명변경 과정에서 필시 노정될 사민-사회 진영의 불필요한 논쟁을 최소화 하려 한다면 선택의 폭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인적으로 좌파당을 밀고 있다. 선명성을 강화하면서도, 가짜 진보-진짜 진보의 프레임에서 탈피할 수 있는 동시에 사민-사회 진영의 입장을 거중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명박 정부 들어, 이들이 꾸준하게 벌여온 ‘빨간칠’ 덕분에 대중들에게 ‘좌파’란 단어가 예전만큼 거부감을 갖지 않기도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이야 말로, 진보란 가면으로 자신을 숨겨오던 좌파들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적기가 아닐까 하고 감히 주장을 해 본다.

물론 이름만 바꾸면 안된다. 일각에서 꾸준하게 제기하는 것처럼, 좌파가 집권했을 때를 상상하며 다룰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준비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정책과 국방정책에 중점을 두기 시작해야겠지.

3.

다음은 오늘 당게에 올라온 서울시당 학생위원회 준비단의 고려대 인터뷰에 대한 졸평.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인터뷰 중간중간에 나오는 ‘의회주의’라는 언급이나, ‘활동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수고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언급은 뭐랄까, 참 재미없다고 해야 하나. 거칠게 말하면 소위 ‘먹물’ 냄새가 너무 난다는 것.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신들이 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을 저런 개념들을 가져다가 합리화 하려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 더불어 (정당에서의 ‘현장활동’ 비중을 축소하여) 쉽게 자신들의 정치적 영역을 넓히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하고.

인터뷰를 읽다보면 이들이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을 동경하며, 이러한 활동이 마치 집회나 시위보다 ‘세련된’ 정치방식인 것처럼 묘사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공적 영역에서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예컨대 법안을 1차적으로 심의의결하는 분야별 상임위의 위원장-부위원장은 주로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정해지는데 그 교섭단체의 구성요건은 20석이다. 한때 이것을 15석으로 낮추자는 주장이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다. 표결력을 가진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현행 교섭단체 구성요건에 대해 이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서, 단순히 ‘현장에서의 활동은 고답적인 것’이란 식으로 치부하는 것은 훈수질이나 다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이 운동권에 대해 비판하는 것도 마뜩찮다. 물론 운동권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이 NL이든 PD든 운동권이 그간 보여온 그들만의 끼리끼리 문화, 상명하복 중시 문화, 쉽게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은 물론 그들이 종종 드러내는 (비운동권에 대한) 근거없는 우월감 등은 반드시 폐기되거나 제어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운동권이 없어져야 할 결정적인 이유도 아닐 뿐더러, 운동권들이 그간 보여왔던 사업들에 대한 전체적인 무시로 비화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들은 비루하게나마 ‘조직’을 남기고 있지 않은가.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나 역시 현장에서 뛰기 보다는 집에 앉아 이야기하는걸 좋아하는 편이지만, 나는 스스로가 ‘의회주의자기 때문에’ 또는 ‘정당은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에’ 현장에 뛰어들지 않는게 아니다. 다만 앞에 나서기가 두려워 발을 빼고 있는 것 뿐이지. 그런 솔직함을 저 분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란, 참 어처구니 없는 욕심을 부려본다. (근데 사실 3번 글 자체는 어디까지나 내 음모론일 뿐이지 않을까?)

2 comments so far

  1. leopord
    9:01 오후 - 7-21-2010

    잘 읽었습니다. 선명하기로나 갈등의 소지를 줄이기로나 ‘좌파당’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사민당’을 내건 것은 노선의 선명성과 당명의 모호함에 대한 답답함이 첫째고, ‘진보의 재구성’ 작업에 대한 아쉬움이 둘째였습니다. 만약 사회민주당을 당명으로 한다면 “민주당과 사회당의 중간에 낀 이름이다.”라는 식의 우스개는 돌겠네요-_-;;

  2. philobiblic
    11:33 오후 - 7-24-2010

    사실 ‘좌파당’이란 명칭도 ‘진보신당’이란 명칭에 비해서 색은 선명하지만, 말씀하신 ‘모호함’의 범주에서는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들이 모인 ‘진보신당’이나, ‘좌파’들이 모인 ‘좌파당’이나 어찌 생각하면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요. 당내에서 사민주의를 자임하는 세력이 벌여놓은 일들 중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저는 현 상황에서 사민당으로 개칭하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 당내에 사회주의에 대한, 구체적으로는 ‘전진’이란 단체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민주의를 말하는 기회주의자들보다 좀 더 진중하게 연구하고 책임감이 강한 사민주의자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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